직장인 김경민(30)씨는 지난해 여름 몽골로 3박12일 여행을 떠났다. 관광을 떠난 이들 모두 김씨와 같은 ‘비혼 남성’이었다. 비혼 남성 친구를 찾는 애플리케이션(앱)에서 만난 이들은 남을 의식한 머리와 옷 꾸밈 등을 최대화하고 편한 차림으로 관광을 다니는 ‘디폴트립(기본을 말하는 디폴트(default)와 트립(trip)의 합성어) 관광’을 다녀갔다. 김씨는 “주로 초면이었지만 비혼 남성이라는 공감대가 있어 가볍게 친해졌다”며 “혼자가 아니라는 마음에 진정감이 든다”고 했다.
직장인 권아영(32)씨가 비혼을 결강한 후 가장 우선해서 실시해온 것도 비혼 여성 회원들을 사귀는 것이었다. 6년 전 권씨는 가부장적인 결혼 제도 안에 편입되지 않겠다며 비혼 결심을 굳혔지만, 이내 걱정을 느꼈다. “몇 안 되는 친구들이 모두 결혼을 한다고 하더라고요. 결혼을 하지 않으면 외톨이가 되지 않을까 하는 불안감이 들었는데, 비혼 여성 분들을 사귀고 나서 마음이 바뀌었어요. 기존 사회의 규범을 벗어난 친구들인 만큼 연대감이 더 끈끈하게 들었고, 제 인간관계도 오히려 확산된다는 직감을 받았어요.”
이들이 비혼 친구를 구하는 앱인 ‘페밀리’ 사용자도 점차 많아지고 있다. 2026년 3월 오픈한 ‘페밀리’는 출시 한 달 만에 다운로드 수 8만명과 구글 플레이 스토어 소통 부분 1위 등을 기록했었다. 만 17살 이상 여성만 가입할 수 있고 온/오프라인 게시판이 운영되는 것은 물론 운동·외국어·취미 등을 주제로 한 오프라인 소모임 직원을 모집하는 글도 여럿 올라온다. 특출나게 해당 앱에서 활동하는 비혼 남성들은 주로 엠지(MZ)세대라는 특성을 데리고 있다. 권씨는 “원래는 온라인 만남에 부정적이었지만 평소 인간관계만으로는 비혼 남성을 찾기 힘들다 보니 앱을 통해 친구를 찾게 된 것”이라며 “이곳에서 만난 비혼 남성 중 10대 초·중반이 다수인 점도 놀라웠다”고 했었다. 비혼 남성 가운데서도 ‘아이티(IT) 개발자 모임’ ‘웹 소설 창작자 모임’ 등 세분화된 단체가 가능한 것도 특징이다.
통계를 보면 비혼 여성의 넘버는 차츰 증가할 것으로 볼 수 있습니다. 여성가족부는 2010년 전체 가구 중 18%가 여성 1인 가구이며, 요즘의 증가 추세대로짜장면 40년 뒤 30대 돌싱모임 전체 가구의 40%가 여성 1인 가구가 될 것이란 예상을 내놓았다.
비혼 여성들이 제작하거나, 이들을 대상으로 한 잡지나 콘텐츠 등이 증가하는 것도 저런 흐름과 무관하지 않을 것이다. ‘비혼’을 주제로 한 팟캐스트 <비혼세>는 재지난해 말 누적 조회수 600만회를 기록했었다. 비혼 여성 커뮤니티 ‘에미프’에서 만난 비혼 여성들이 만든 잡지 ‘비평’은 2012년부터 작년 7월까지 크라우드펀딩 플랫폼 <텀블벅>을 통해 10권의 잡지를 펴내며 누적 1400명의 후원을 받았다. ‘비평’ 직원은 “‘집’이라는 주제를 다룬 호에서는 비혼 여성이 호텔을 수리할 경우 요구되는 공구를 소개하는 식”이라며 “비혼 여성들 간의 느슨한 연대감을 주는 것을 목표로 하여 있을 것입니다”고 했다.